독주회 여는 윤혜리·박지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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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회 여는 윤혜리·박지은씨

독주회 여는 윤혜리·박지은씨

요정의 날갯짓 같은 순결하고 가녀린 음색. 조명을 받으면 눈부시게 반짝이는 늘씬한 자태. 플루트는 청중에게 환상을 자아내는 악기지만, 각종 뜬소문도 몰고 다닌다. ‘플루티스트는 입술이 남들보다 몇 배는 두꺼워야 한다’, ‘폐활량을 늘리려고 남몰래 수영과 마라톤을 한다’는 식이다.

목관 악기 중에서는 비교적 친숙하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는 플루트, 과연 어떤 악기일까. 오는 27일과 다음달 17일 각각 리사이틀을 앞둔 한국 대표 플루티스트 윤혜리(42), 박지은(32)씨를 만나 플루트와 플루티스트에 얽힌 환상과 편견, 그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들어봤다.
몸을 만들어야 하는 건 맞죠. 마르고 뚱뚱한 거랑은 상관없이. 여린 소리를 낼지라도 실제로는 엄청난 폐활량이 필요하거든요.”(윤혜리)

“전 하이힐도 던져 버리고 드레스의 코르셋도 뜯어냈어요. 복식 호흡할 때 배가 들락날락하는 게 다 보이지만 어쩌겠어요. 숨 쉬는 게 제일 중요하니까.”(박지은)

두 사람은 “남들 보기엔 도구(악기)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악만큼이나 직접 몸을 쓰는 게 바로 플루트”라고 입을 모았다. 윤씨는 “플루트는 다른 목관 악기와 달리 마우스피스(연주자의 입술에 닿는 관악기 부위)에 리드(숨을 불어넣는 나무관)가 없어서 직접 숨을 불어 넣기 때문에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것과 비슷하다”며 “호흡을 뱉는 대로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플루티스트는 오히려 입술이 얇을수록 유리하다. 동양인의 입술은 서양인에 비해 다소 두꺼운 편. 박씨는 “무엇보다도 입술에 침이 마르면 안 된다”며 “한 번은 히터 때문에 공연장이 너무 건조해져서 궁여지책으로 컵에 레몬즙을 짜서 들고 간 적도 있다”고 했다. 물론 그날 연주는 성공적이었지만 박씨는 위산 과다로 속쓰림을 겪어야 했다. 사람들은 멀리서 플루티스트를 보면서 우아하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연주자는 카메라를 들이대면 바짝 긴장한다. “얼굴 근육을 사용하므로 입가에 힘이 잔뜩 들어가고 때로는 일그러지기도 해서 민망해요. 지인들은 연주하면서 예쁜 표정 좀 지어보라는데, 어휴, 불가능해요. 하하.” (박지은)

일반인들은 모르는 애환도 있다. 플루트 주자는 오케스트라 전체에서 적으면 1명, 많아야 4명뿐인 마이너리티. 음대 입시에서도 한 해에 1~2명밖에 뽑지 않는다. 플루티스트 대부분은 치열한 경쟁에 이골이 나 있다. 윤씨는 한국 최초의 제네바 콩쿠르 관악 부문 입상자이며 서울대 기악과 최초이자 단 한 명뿐인 플루트 전임교수다. 박씨도 41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25년 만에 뽑힌 서울시향 플루트 수석 연주자다.
플루트는 바이올린이나 피아노처럼 레퍼토리가 많지 않아 독주자로서 활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음악적 슬럼프를 피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한때 독주 악기의 한계를 느끼고 고민하다가,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악기를 넘어선 음악의 근본적 아름다움에 눈뜨게 됐다는 것이다. 윤씨는 스페인 테네리페 심포니에서, 박씨는 서울시향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고 한다. 실제로 오케스트라에서 플루트의 역할은 지대하다. 음량은 작지만 음색이 독특해, 100여개 악기가 합주하는 웅장한 교향곡에서도 홀로 섬광처럼 뻗어나와 마법의 가루를 흩뿌리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두 사람은 독주자로서의 면모도 한층 발전시켜 왔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오랜만에 플루트에 집중한 독주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27일 서울 서소문 호암아트홀에서 공연하는 윤씨는 타파넬의 <‘마탄의 사수’에 의한 환상곡>,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 등 이야기가 깃든 후기낭만파 음악을 들려준다. 특별 출연자인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씨와 비올리스트 에르완 리샤, 첼리스트 에드워드 애런과 함께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쇤베르크의 <캄머심포니 마단조>도 연주한다. 역시 호암아트홀에서 6월17일 공연하는 박씨는 신세대답게 파격적인 무대를 준비했다. 슈만의 <헌정> 같은 선율적 음악부터 헤비메탈 같은 강렬한 전자 음향이 등장하는 이언 클라크의 <플루트와 시디를 위한 티아르케이에스(TRKs)>, 게리 쇼커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무지크 프랑세>까지 플루트의 가능성을 무한대로 확장하는 연주를 들려줄 예정이다.

김소민/음악·공연 칼럼니스트, lafermat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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