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 ‘팔색조’ 매력 뽐낸 서울시향 수석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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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야마하 사진

플루트 ‘팔색조’ 매력 뽐낸 서울시향 수석 박지은

목관악기 플루트는 한국 전통악기 대금과 닮았다. 먼저 길다란 악기를 앞으로 쭉 내미는 대신 옆으로 맵시 있게 돌려 연주하는 점이 그렇다. 연주자의 입과 악기 사이에 ‘리드(reed)’라는 진동 장치가 없는 점도 같다. 그래서 플루트는 연주자가 불어넣은 숨결이 그대로 음악이 된다. 플루트가 ‘사람의 호흡과 가장 가까운 악기’로 불리는 이유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리코디아홀에서 열린 플루티스트 박지은(34·사진)의 독주회는 플루트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무대였다. 세계적인 악기·음향 전문기업 야마하뮤직코리아(주)의 플루트 신제품 출시를 기념한 이날 공연에서 그녀는 포레·드뷔시·슈베르트 등 거장들의 작품으로 시작해 경쾌한 동유럽 민요, 한국 가요 ‘칠갑산’과 민요 ‘아리랑’까지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소화해 청중의 환호와 갈채를 받았다. 앙코르 연주를 마친 그녀를 무대 뒤에서 잠시 만나 얘기를 나눴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제법 우량아라서 리코더를 잘 불었어요.(웃음) 제 연주를 유심히 들은 담임선생님이 너는 플루트를 해보라고 권하셨죠. 취미로 시작한 게 전공이 됐습니다.”

손으로만 연주하는 현악기와 달리 관악기는 손과 더불어 입과 목을 사용한다. 자연히 입과 목의 관리가 중요하다. 요즘처럼 건조한 늦가을에는 더더욱 그렇다. 박지은은 “가을과 겨울은 건조해서 입과 목이 굉장히 힘들다”면서 “무대 위에 오르기 전 물과 립밤을 미리 준비한다. 가급적 물을 많이 마시고 립밤도 자주 바른다”고 소개했다.

이날은 혼자 마음껏 기량을 뽐냈지만 박지은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녀에게 독주와 오케스트라 연주, 그리고 실내악 각자의 특징과 매력이 뭔지 물었다.

“저는 퀼트에 비유하고 싶어요. 오케스트라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천 조각을 붙여 만든 퀼트와 비슷하죠. 그래서 오케스트라 멤버는 퀼트의 한 조각과 같아요.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잘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큽니다. 반면 독주는 퀼트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혼자 만들어가는 것이죠.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자유로움이 매력이에요. 실내악은 소수가 호흡을 맞춰 같이 연주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여럿일 때보다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맛이 있죠.”

국내 정상급 오케스트라답게 플루티스트들도 하나같이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서울시향에서 박지은은 플루트 수석 연주자 자리를 2005년부터 9년째 지켜오고 있다. 그녀에 대한 서울시향 상임지휘자 정명훈의 신임이 그만큼 두텁다는 뜻이다.

“8년 전 처음 서울시향 오디션을 볼 때 여러 심사위원들의 중앙에 정명훈 선생님이 계셨는데 고개를 숙인 채 뭔가 쓰시는 것 같았아요. 그러다가 제가 연주를 시작하니까 갑자기 쓰는 걸 멈추고 저를 쳐다보셨죠. 다른 응시자보다 오래 연주하는 내내 선생님은 계속 경청하셨어요. 그러고 보니 20대 중반에 서울시향에 입단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되었네요. 공연이 워낙 잦다 보니 지금은 가족보다도 더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연주자로서는 물론 한 인간으로서도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박지은은 요즘 몹시 바쁘다. 그녀는 우선 12월15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하트하트오케스트라 연주회에 협연자로 나선다. 하트하트재단이 운영하는 이 악단은 국내 최초로 발달장애를 앓는 청소년들로 구성한 오케스트라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개선이란 공연 취지에 공감해 선뜻 출연을 결심했다.

박지은은 12월16∼18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플루트 위크 코리아 2013’ 행사에도 참여한다. 국내는 물론 세계 정상급 플루티스트 여럿이 함께하는 이 무대에서 그녀는 공연 이외에 토크 콘서트를 통해서도 음악 팬과 만난다. 박지은은 “플루티스트의 꿈과 이상을 주제로 관객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리코디아홀 독주회에서 객석의 앙코르 요청에 박지은이 들려준 곡은 우리 동요 ‘섬집아기’. 한인현 작사, 이흥렬 작곡의 ‘섬집아기’는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로 시작하는 서정적 가사와 포근한 멜로디 덕분에 엄마들이 아기를 잠재울 때 부르는 자장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즐겨 들은 곡”이라며 “엄마의 마음처럼 따뜻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어 앙코르 곡으로 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침 박지은은 지난 3월 클라리네티스트 채재일과 결혼해 요즘 신혼의 단꿈에 푹 빠져 있다. 그녀가 훗날 자녀에게 섬세한 플루트 연주로 ‘섬집아기’를 들려준다면 자장가로 더없이 안성맞춤일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어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1 comment

  1. Rebecca - 2014/05/22 16:14

    That kind of thniikng shows you’re an e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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